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대신 대기업 경영권을 보호하는 장치로 '차등의결권 주식(보통주 보다 많은 의결권을 갖는 주식)제도 도입 검토'를 언급했다가 하룻만에 번복,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선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방어수단으로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더라도 상장회사는 기존 주주들의 반발 때문에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정부는 실효성없는 차등의결권주 도입을 거론하기보다는 금융사의결권 한도를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 위원장은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전날 발언과 관련한 민주당 이승희 의원의 질의에 대해 "차등의결권 도입은 공정위 소관도 아니고,공정위원장이 다룰 성질도 아니다"며 전날 발언을 번복했다. 강 위원장은 "어젯밤 외국 사례를 들면서 꼭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을 언론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밤 국감에서 강 위원장은 '적대적 M&A에 대비해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차등 의결권을 주는 방안을 어떻게 보느냐'는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의 질문에 "정말로 삼성전자의 적대적 M&A가 문제 된다면 증권관련법률로서 차등 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이같은 '차등의결권 도입 검토' 방침을 뒤집자 그 진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강 위원장이 차등의결권 주식의 도입 가능성이나 그 파장을 간과하고 무심코 언급했다가 의외로 파장이 확산되자 서둘러 불을 끈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실제로 증권관련법을 관할하는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려면 '1주 1의결권'원칙을 규정한 상법을 바꿔야 하고 기존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소지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기업들도 실효성이 별로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의결권이 보통주보다 차등적으로 많은 특별주가 도입되면 기존 보통주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55%를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이 이를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적대적 M&A를 걱정한다면 논란이 많은 차등의결권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금융사 의결권 한도(30%)만 유지해줘도 된다"고 덧붙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