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는 배럴당 53.55달러,두바이유는 37.59달러(18일 뉴욕·싱가포르시장 종가기준).' 세계 석유시장의 양대 유종(油種)인 중동산 두바이유와 WTI(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간 현물가격 차이가 배럴당 16달러 가까이 벌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원·엔 등 주요국 통화뿐이 아니라 석유시장에서도 대표 유종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한국은 전체 도입 원유량의 79.5%(작년 기준)를 두바이유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WTI를 기준으로 한 '고유가 쇼크'에서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디커플링 현상이 마냥 계속될 수는 없고,두 유종간 가격 차이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두바이유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 유종간 이상(異常)가격차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18일까지 두바이유와 WTI의 평균 현물가격은 배럴당 각각 37.7달러,52.69달러로 14.99달러의 가격 차이가 났다. 통상 3∼5달러 수준이던 양 유종간 가격 격차는 고유가 상황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벌어져 8월 말까지 6∼7달러선을 유지하다 9월 들어 10달러 이상 확대됐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WTI 평균 현물가격은 작년(31.11달러)보다 8.8달러 오른 39.91달러,두바이유는 작년(26.79달러)보다 6.52달러 상승한 배럴당 33.27달러로 양 유종간 평균 가격 차가 아직 6.64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최근의 가격 차 확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투기세력이 디커플링에 한몫 WTI는 지난달 16일 허리케인 상륙에 따른 미국 멕시코만 유전지대의 원유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 감소로 폭등세를 보이며 '디커플링'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두바이유는 주요 생산지인 중동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적극적인 증산정책을 펴면서 지난 8월20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41.3달러를 기록한 이후 9월과 10월에는 35∼38달러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등락폭을 유지하고 있다. WTI값이 유독 치솟고 있는 데 대해 북미시장의 투기세력이 상당 부분 가격거품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현물시장이 선물시장을 주도하던 과거 추세와는 달리 최근에는 투기세력에 의한 선물가격 상승이 현물가격을 끌어올리는 반대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유의 잠재 상승요인 두바이유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지만 디커플링 현상의 심화에 따른 양 유종간 수급불균형과 이로 인한 국제 석유시장 혼란,WTI를 통해 주로 생산되는 경질유 제품의 국제가격 폭등 등 국내 경제가 입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미국의 난방용 수요가 주춤하는 3개월 후부터는 WTI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라면서도 "가격 차가 계속 확대될 경우 양 유종간 수급대체 효과가 줄어들어 두바이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