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세월 죄인처럼 살았지요"‥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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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세월을 죄인으로 살았습니다. 죄책감 때문에 언론은 물론 모든 공식 자리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야 도덕적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18일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을 최종 통보받은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소감이다.
김 회장은 "어려울 때 회사를 지킨 임직원들과 끝까지 믿음을 가져준 채권단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5년8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워크아웃 졸업은 김 회장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때 쌍용그룹 회장까지 지낸 '오너'(최대주주) 경영인이었던 김 회장은 지난 99년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전문 경영인으로 추락(?)했다.
지분 모두를 소각당하고 언제 망할지 모르는 쌍용건설에 '백의종군'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쌍용건설을 다시 우량기업으로 만들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워크아웃 전의 오너 경영인이 끝까지 남아 회사를 다시 살린 첫 번째 사례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임직원의 3분의1을 떠나보낸 게 가장 가슴아픈 기억"이라며 "기존 월급의 절반도 못받으면서 묵묵히 공사현장을 지킨 임직원들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3월 재무구조가 악화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을 때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회사의 미래를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쌍용건설의 주가는 2천원대 초반이었는데 임직원들은 주당 5천원에 증자에 참여했습니다. 그것도 퇴직금을 정산받아서 말이죠. 그때 제가 가졌던 채권단 지분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임직원 몫으로 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국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20.07%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종업원지주회사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일단 채권단에서 지분매각을 통한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임직원들이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채권단과 우리사주조합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워크아웃 기업이기 때문에 아파트 브랜드 광고는 물론 변변한 기업설명회 한번 하지 못해 무척 안타까웠다"며 "이제 쌍용건설은 거침없는 도약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인은 "회사가 정상화된 것에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김 회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와 지지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은 "김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임직원들에게 주고 사재를 담보로 지난해 증자에 참여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며 "전문 경영인으로 회사에 계속 남아주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