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 학위가 "경력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MBA에 밀려 큰 메리트가 되지 못했지만 국내 경영대학원의 역사가 깊어지고 해외 유명 비즈니스 스쿨과 교류 등 각종 노력이 더해지면서 "속이 꽉찬" 국내 학위도 권위를 인정받는 추세다.


기업들이 국내 MBA도 해외 MBA를 채용할 때처럼 "경력 2년"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늘고 있고 몇몇 국내 대학원의 학위는 해외 왠만한 학교를 졸업한 것보다 더 쳐주기도 한다.



국내 MBA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지원자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에서 MBA를 따려면 학비와 생활비,기회비용 등을 따져 최소 1억5천만원에서 최대 4억원이 들고 입학시험 준비부터 학위과정을 마치기까지의 기간도 3∼4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MBA과정 비용은 해외의 10분의 1∼5분의 1가량,기간도 2년 내외면 충분하다.



◆국내 'MBA'를 원해요=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따르면 올 2월 졸업생 38명(취업률 1백%)을 대상으로 연봉을 조사한 결과 졸업 전에 비해 최대 68%,평균 21%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9월 이 대학원이 개최한 '제3회 MBA 취업박람회'에는 삼성전자와 LGCNS,다음커뮤니케이션,알리안츠생명,KTF,신한은행,포스코,삼일회계법인 등 3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이렇듯 국내 MBA가 인정받으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지난 8일 오후 7시 MBA 입학을 희망하는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 마련한 MBA 입학설명회 '2004 MBA 오픈스쿨'에는 3백여명이 참석,밤 12시까지 동문 및 교수진과 열띤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등 열의를 보였다.



◆MBA 업그레이드=국내 경영대학원들은 MBA과정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우선 해외 유명 비즈니스 스쿨과의 제휴가 늘고 있다.


성균관대는 지난달 미국 MIT의 슬로안스쿨(경영대학원)과 합작해 만든 'SKK GSB'를 개원했다.


여기서는 슬로안스쿨의 세계적인 MBA 커리큘럼을 직수입해 운영한다.


성균관대는 대학원장에 로버트 클렘코스키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원 석좌교수(64)를 영입하는 등 향후 8년간 매년 22억∼23억원씩 모두 1백80억원을 투입,5년 안에 아시아 최고 프로그램으로 만들 계획이다.


연세대 상남경영원은 지난 97년부터 미국 워싱턴대와 손잡고 만든 GEMBA(Global Executive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6개월,워싱턴대에서 1년간 수학한 뒤 워싱턴대 학위를 받는다.


서울종합과학원(aSSIST)은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학(HSE)과 손잡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KEMBA(Korean Executive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년 과정으로 마지막 3주간 헬싱키 현지에서 교육받는다.


이 외에도 서울대는 미국 듀크대,연세대 경영대학원은 캐나다 UBC,이화여대는 카네기멜론대 등과 각각 제휴를 맺고 있다.


내년부터 새로 출범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지난해 2년 과정의 E-MBA과정을 개설했던 고려대 경영대학원은 산업자원부,KOTRA와 손잡고 투자유치에 특화한 MBA인 MIBA(투자유치전문가)과정을 선보인다.


또 한양대는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과 손잡고 맞춤형 석사과정을 개설하며 연세대 경영대학원은 기존 MBA과정을 전면 개편해 미국 경영대학협의회(AACSB) 품질인증 기준에 맞춘 '연세MBA'를 시작한다.



◆매년 10∼11월에 입시 집중=국내 MBA 스쿨 입시는 10∼11월에 걸쳐 일제히 실시된다.


현재 실무 중심의 미국식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지난 95년 국내 최초로 MBA과정을 도입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을 비롯해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상남경영원,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과 GSB,서울과학종합대학원,한양대 경영대학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등이다.


시공간적 제약이 많다면 온라인 MBA나 주말 MBA과정을 들어볼 만하다.


성균관대(iMBA)와 한국외국어대(국제금융),아주대 등이 온라인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상남경영원과 고려대 경영대학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등은 'E-MBA'라고 불리는 주말 MBA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 서강대 경영대학원은 주말 MBA과정 개설을 준비 중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