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자체가 이미 브랜드입니다." 화장품 및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한국콜마 윤동한 대표(58)는 자사 브랜드가 없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 상품이 단 한개도 없다. 대신 국내외 1백60여개 메이커들의 화장품 수천 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L,C,H 등 유명 업체들이 한국콜마의 오랜 거래처다. 윤 대표는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최종 '소비자'들까지 이제 제조원이 한국콜마라고 하면 '품질'에 대해선 안심한다"며 "이게 곧 브랜드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대표는 국내 산업계에 '제조자주도 개발생산(ODM)'이라는 용어를 보편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20여년 가까이 근무하던 대웅제약을 나와 1990년 일본 콜마와 합작으로 화장품 생산회사를 차렸을 당시 그는 "단순 위탁생산 업체를 뜻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라는 말이 죽기보다 듣기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OEM 생산은 순전히 단가 싸움인데 어떻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느냐"며 "그래서 신소재와 신상품을 개발해 오히려 브랜드 메이커들에 제안하고 그들과 함께 연구하는 ODM방식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최근 내수침체로 브랜드 화장품시장의 성장은 위축된 반면 ODM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2000년 매출 3백62억원,당기순이익 36억원이던 한국콜마는 지난해 매출 5백73억원에 당기순이익 21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실제 일본에서도 지난 10년 간 브랜드 시장의 성장은 0.4%에 그친 반면 OEM/ODM시장은 17% 정도 급성장했다. 윤 대표는 "불경기일수록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아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직접 개발해 대량생산하는 것보다 전문회사를 이용하면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P&G같은 세계적인 업체들이 생산시설의 일부를 매각하고 마케팅과 영업에 매진하려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품질지상주의자다. 아무리 새로운 제품을 그럴 듯하게 내놓아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자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콜마는 더 나은 품질과 신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7월 화장품 부문의 피부과학연구소와 의약품 부문의 생명과학연구소를 통합했다. '기술의 퓨전화(코스메티슈티컬)'를 불러오겠다는 의도다. 윤 대표는 "예를 들면 쉽게 파괴되는 레티놀(피부노화방지물질)과 같은 비타민 활성성분을 안전하게 피부로 전달,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연고와 같은 약품에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이나 10년 뒤 한국콜마가 브랜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그럴 계획도 능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