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배럴당 55달러를 위협하면서 미국 경제에 "고유가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50달러대의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 소비심리 위축 -> 제조업 경기 둔화 -> 고용시장 불안"의 악순환을 초래,미 경제가 두번째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 일시적 침체)"에 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미 경제가 지난 여름을 고비로 재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고유가에 또 다시 발목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고유가로 경제성장 둔화 우려=WSJ가 이코노미스트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50달러의 고유가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미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가 40달러대에서 움직일 경우 0.1%포인트 하락시키는 데 그칠 것이지만 만약 60달러마저 돌파한다면 미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추락시킬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다봤다. 최근 수개월간 유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미 경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분석가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조사 기관인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엘런 시나이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는 2000∼2001년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 이후 미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3분기 미 경제가 4% 이상 성장하더라도 고유가 파장이 본격화되는 4분기부터는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크리스 럽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현 수준보다 하락하지 않는다면 소비가 타격을 받아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2%대로 뚝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 경제는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4.5%와 3.3%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쌍둥이 적자는 계속 불어=고유가 파장은 무역수지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는 "원유 수입 가격 상승으로 지난 8월 무역수지 적자가 전달 대비 6.9% 증가한 5백4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5백50억달러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의 2004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이라크 전쟁 등 안보 비용 증가로 사상 최대치인 4천1백26억달러로 불어났다. 미 경제의 미래가 이처럼 불투명해지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딜레마에 빠졌다. CBS마켓워치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인상 압박으로 FRB는 내달 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연방기금 금리를 2.0%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FRB의 통화긴축 정책이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