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M, 대우인수 2년..부평공장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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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당하기 전에는 회사가 잘 돼야 근로자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머리띠를 매고 노조의 주장을 관철시켜야만 만족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해 미래가 사라진 회사에 무슨 노동자가 필요하겠습니까."
대우인천차 부평 1공장 조립1부에 근무하는 고귀환씨(45).2001년 2월 정리해고된 그는 2002년 12월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된 뒤에야 실업자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회사가 망해서 12년동안 다니던 공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고씨는 6개월은 실업급여로 버틸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 자체가 막막했다고 해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정된 직장이 있고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다는 게 그렇게 소중한 줄 처음으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씨는 요즘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공장에 출근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당시 고씨처럼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1천7백25명.이들 중 9백40명이 복직돼 부평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오는 17일로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된 지 2년을 맞는다.
대우자동차의 본거지였던 부평공장은 '세계 경영'의 간판이 내려지고 공장 운영시스템이 바뀐 것 말고도 변한 게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었다.
정리해고 임금동결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공장이 돌아야 근로자들이 산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회사도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20만대에 불과하던 부평공장 연간 생산량이 올해는 38만9천대로 증가했다.
내년에는 48만3천대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칼로스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은 2조2교대로,엔진공장은 3조2교대로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다.
부평공장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석환 대우인천차 사장은 신차가 투입되는 오는 2006년부터 현재 매그너스를 생산하는 2공장까지 2교대로 풀가동되면 완전 조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GM이 내세운 부평공장의 인수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동률이 높아지고 해고된 동료들이 현장에 돌아오면서 부평공장 근로자들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노사가 합심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부평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은 GM그룹 내에서도 호평을 받아 이미 '톱 클래스 사업장'으로 분류될 정도다.
안전·사람·품질·신속대응·원가 등 5가지 항목에서도 모두 기준 이상의 평가를 받아 이제는 상하이GM 등 다른 아시아 지역 GM 사업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김석환 사장은 "근로자들이 노사화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데다 회사측도 단시일 내 수익을 내기 보다 회사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만큼 부평 공장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부평=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