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A은행 신탁부 소속 K팀장은 요즘 특정금전신탁 상품 개발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짐에 따라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신탁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투자처 발굴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K팀장은 "파생상품 투자이익에 대해 정부가 과세방침을 밝힌 이후 특정금전신탁 신상품 개발이 '올스톱'된 상황"이라며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되는 신탁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지만 상품 출시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요즘 시중은행 신탁상품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열에 아홉은 K팀장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신상품 개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고객의 니즈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B은행의 경우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드채에 주로 투자하는 신탁상품 개발을 검토했다가 결국 출시를 포기했다. 카드채 유통물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은행 L과장은 "선박 등 실물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신상품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고 하지만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고민은 판매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의 경우 지난 9월 말까지 특정금전신탁 판매실적이 5조7천7백91억3천2백만원으로 전년 동기(10조2천1백83억3천9백만원) 대비 44%나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실적이 2조5천4백41억원을 기록,전년 동기대비 31% 줄었고 하나은행은 2천30억4천8백만원 감소한 5조1천6백82억7천1백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은행들은 특히 특정신탁상품 개발난이 프라이빗 뱅킹(PB)부문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실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약 4백명 보유한 한 시중은행 PB센터는 마음에 드는 특정신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규고객의 유입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되자 일반 영업점 고객 중에서 PB 고객을 끌어들이는 '고육책'도 검토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