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IT세상] (사무실) 차세대 PC가 사무실 '만능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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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평소보다 30분이나 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난 K씨는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했다.
더구나 오늘은 아침 일찍 신제품 디자인을 수주한 M사의 L실장으로부터 신제품에 대한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K씨는 시계 대신 손목 패드 모양의 컴퓨터를 차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면서 K씨는 컴퓨터에 대고 "e메일"이라고 짧게 말했다.
화면에는 어제 저녁 이후 들어온 e메일 목록이 떠올랐다.
엊그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영업부의 M과장이 '업무연락'이란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왔다.
열어보니 신제품 출시 준비상황에 대한 질문이었다.
전자펜을 꺼내 '오늘 신제품 디자인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알려줬다.
e메일 점검을 마치고 나니 손목이 떨려왔다.
전화가 온 것이다.
스위치를 누르자 화면에 P대리가 나타났다.
L실장 팀이 도착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1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응답하고 화면을 껐다.
회사에 도착한 K씨는 L실장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옛날처럼 서로 명함을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
손목에 찬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명함이 악수를 하는 순간 상대방 컴퓨터의 동전 크기 저장장치로 건네지기 때문이다.
제품 디자인 설명회를 마칠 무렵 '생산 라인에 있는 기계가 고장났다'는 메시지가 손목 컴퓨터에 떴다.
곧바로 현장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기술부의 Y대리를 비상호출 버튼으로 불렀다.
Y대리의 영상이 나타나자 상황을 설명하고 작업지시를 한 다음 생산 라인으로 향했다.
생산 라인에 있는 기계는 복잡하고 많은 부품들이 탑재돼 있어 어느 부품을 어떻게 교체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전문지식과 매뉴얼이 필요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산 라인에 도착했을 때 Y대리는 이미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고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고 있었다.
Y대리가 착용하고 있는 안경형 디스플레이에는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카메라로 비춰진 부품에 대한 상세한 도면,교체 방법 등의 정보가 본사로부터 Y대리의 안경형 디스플레이에 출력된다.
Y대리는 안경형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순서대로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손목 컴퓨터에서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손목 컴퓨터에서 오늘 일어난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을 생체신호 정보를 통해 감지하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준 것이다.
오늘은 K씨의 결혼기념일.
백화점 포털에서 아내 선물을 고르고 있는데 '영상 메시지가 왔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집사람이 '유채꽃의 향기'라는 영상물을 보내온 것이다.
열어보니 신혼여행 갔던 제주도의 유채밭을 찍은 비디오였다.
상쾌한 바다 바람에 실려오는 유채꽃 향내가 PC의 발향장치를 통해 금세 사무실에 퍼졌고 K씨는 신혼여행 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K씨가 착용하고 있는 손목 컴퓨터는 휴대하기 편하고 사용하기도 쉬운 차세대 PC의 한 형태다.
차세대 PC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또 착용 가능한 형태와 네트워크 중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간 중심의 업무환경을 제공해준다.
가트너그룹은 2010년이면 미국과 유럽의 직장인 75%가 컴퓨터나 통신기기를 착용하거나 휴대하고 다니며 업무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