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IT세상] (레저) 디지털라이프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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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날의 한적한 금요일 오후.평범한 은행 직원인 이씨는 여느 때와 같이 퇴근길 전철 안에 앉아 지갑 속에 접혀있던 A4용지 크기의 'e페이퍼(전자종이)'를 꺼내든다.
두께 0.3mm 정도의 얇고 유연한 플라스틱 판으로 만들어진 e페이퍼는 종이처럼 두루마리 형태로 돌돌말아 다닐 수도 있고 쓰고 지우기를 계속 반복할 수도 있는 참으로 유용한 도구다.
집까지 소요되는 1시간여 동안 이씨는 e페이퍼로 최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소설을 읽는다.
e페이퍼에 장착된 작은 센서는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주변 빛의 변화에 따른 동공의 상태를 감지하여 최적의 해상도와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또 '락온(Lock-On)'이란 기능이 작동돼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도 울렁거리는 느낌을 방지해준다.
소설 중간 중간에는 고화질 동영상들이 재생되며 귀 주변에 심어져 있는 4채널의 골전도 이어폰(Bone Conducted Sound Transmitter)을 통해 실감나는 음향이 전달된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는 이 씨는 집 근처 피트니스 클럽에 들러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러닝머신 위에 올라선다.
이 러닝머신은 오늘의 스트레스 지수와 운동능력,체력 등을 감지해 주치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전송하고,필요한 만큼의 운동량을 지시받아 알맞은 속도와 각도로 벨트를 돌리기 시작한다.
이 때 눈 앞에는 홀로그램이 펼쳐진다.
자연 숲길이 그려지고 여기저기 함께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폰은 이씨가 땅을 내딛는 소리,바람과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옆에서 같이 조깅하는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얼마를 뛰었을까.
러닝머신은 "더 이상 달리면 발목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라는 상냥한 메시지를 내보내며 속도를 늦춘다.
산뜻한 기분으로 샤워장에 들어간 이씨.그는 갑자기 예전에 즐겨듣던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이 멜로디의 음파를 감지한 이어폰은 바로 이 음성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역전송한다.
그러자 '허밍인식 음악검색 시스템'에 의해 검색된 노래가 다운로드돼 라이브 음악처럼 울려 퍼진다.
이 시스템은 음악 유전자 추출 엔진으로 노래의 특성 정보를 뽑아낸 다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로 보관해 음악 일부를 들려주면 가수,앨범,노래 가사 등을 모조리 검색해준다.
집으로 돌아온 이씨는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저녁 뉴스를 본 뒤 좋아하는 TV 드라마에 채널을 맞춘다.
뇌파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센서가 이씨가 고른 뉴스와 드라마의 장면 등을 캡처해 스크랩을 해준다.
이 내용은 이씨가 늘 지니고 다니는 e페이퍼로 자동 저장된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모두 마무리한 이씨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침실로 가 취침 준비를 한다.
이씨의 베개는 수면 상태를 감지하고 적절한 조명을 유지해주며 숙면을 취하도록 도와준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