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등급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키로 결의하고 대학 총장들이 자율권을 강조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는 등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이 이처럼 `행동'에 들어간 것은 전교조 등 일부 단체들이 교육부와 등급제 지적을 받은 대학들에 대해 비난 고삐를 바짝 조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여론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세대 백윤수 입학처장은 12일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서울 지역 10여개 대학입학처장들이 10일 밤 모여 각 고교의 내신과 수능성적 등 자료를 종합해 현존하는 고교간 학력차의 실태를 공개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백처장은 "한국 교육의 현위치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자료를 공유해 내신 등 불합리한 교육 현실을 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키로 했다"면서도 "금주 중이나 다음 주초이를 공개하려 했으나 시기는 좀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입학처장들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외부의 비난 공세에 적극 대응키로 한 것은 그동안 밝혀온 `대학의 자율권 보장"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전달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10일 밤 회동에 참석한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교육부나 전교조가 대학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대학의 고유 권한인 학생선발 자율권이 이런 식으로 침해된다면 대학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합의를이뤘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들도 등급제 논란으로 대학의 자율권이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대학 입장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정운찬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신과 자기소개서 등으로 선발하는 현행 수시전형은 학생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다"면서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평준화 폐지론자인 정총장은 신입생 일부를 본고사로 선발할 필요가 있다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도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세미나에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이나 시장수요와 무관한 중앙 집권식 인적자원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해 평준화 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학들은 그러나 이같은 논란 과정에서 대학들의 대응방식이 정부 또는 교육단체와 대립 전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연대 백윤수 입학처장은 "누가 맞고 누가 그르냐를 따지기보다 국가 교육의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현실을 올바로 봐야 한다"면서 "대학의 반성과 더불어 타인의 각성을 유도하는 `은장도' 같은 의지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