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는 지난해 발간한 '세계의 부(富)'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부자의 기준을 '살고 있는 주택을 제외하고 5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한국에서 5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객관적인 기준에서 볼 때 부자라고 봐도 좋은 셈이다. 그렇다면 현금 5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은 요즘같은 불황기에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시켜야 할까. 5개 시중 대형은행 프라이빗 뱅킹(PB)팀 소속 재테크팀장들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 은행 특판예금이나 간접투자상품 등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등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4분기 금융시장 전망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상당수 전문가들이 조만간 9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흥은행 서춘수 팀장은 연내 95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며,하나은행 백미경 팀장은 930을 고점(高點)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심우성 PB팀장은 1,00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은 대부분 '원화강세,달러약세'(환율하락)를 점쳤다. 신한은행 한상언 팀장은 "달러 약세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행 강우신 팀장도 "달러당 1천1백50원∼1천2백원 수준에서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백미경 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 논란 등으로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를 찾는 '큰손'고객들이 많다"며 "장기적으로는 달러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의 경우 금리상승과 하락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강우신 팀장은 "지난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동결시키긴 했지만 연내에 한번 정도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한 반면 심우성 팀장은 '콜금리 동결'쪽에 무게를 실었다. ◆자산 포트폴리오,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현금 5억원 이상 보유자들을 대상으로한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마디로 "보유자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5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적극적인 재산증식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지키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비단 요즘과 같은 때가 아니더라도 이같은 재테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내수경기가 극도로 위축되고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할 때에는 다른 때보다 더 보수적인 투자방식이 요구된다. 한상언 팀장은 "예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에 40%,주식형 상품에 30%,채권형 상품에 30%씩 분산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이 가운데 주식형 상품의 경우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적립식펀드나 시스템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을 매입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또 채권은 3∼6개월짜리 단기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 팀장은 덧붙였다. 강우신 팀장은 "연 4.1%정도의 금리를 주는 특판예금 상품에 현금을 일부 넣어두고 은행채 등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평 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특히 "수도권 일대 택지개발지구 주변에는 보상금을 받은 수요자들이 몰려드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노린 토지투자도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서춘수 팀장은 "일본 주식시장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며 "2억원 정도는 닛케이지수 연동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나머지 재산은 특정금전신탁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백미경 팀장은 "주가지수가 벌써 꽤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주가지수연동예금 등에 신규 투자하기는 부담스럽다"며 "정기예금보다 0.3∼0.5%포인트 정도 금리를 얹어주는 은행 특판상품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요즘같이 예측하기가 힘들 때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심우성 팀장은 3억원은 정기예금에 넣어 안정성을 유지하고,1억원은 주가지수 연동예금,5천만원은 일본 주식투자 펀드,나머지 5천만원은 유럽 이머징마켓 투자펀드에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