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SBS TV 수목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윤정, 연출 최윤석)에서 김지훈역으로 출연 중인 고수에게서 부진한 시청률 때문에 상한 가슴을 들여다 보려 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이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시청률이 좋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연기자인 자신을 평하는 말.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이미지라고 하시는데 갑작스레 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캐릭터 안에서 인물의 변화가 충분히 이뤄지는 드라마라고 생각했고,'순수의 시대' 때는 스스로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 변화를 이번에는 좀더 잘표현할 수 있으리라고 봤어요."


2002년 출연했던 '순수의 시대'라는 드라마 제목은 고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단어이기도 하다.


'엄마야 누나야', '피아노', '순수의 시대', '요조숙녀' 등을 통해 형성되고 보여진 반듯한 모범생 스타일, 맑고 순수한 눈빛은 오히려 그의 이미지를 가두는 한계로 옭아매기도 한다.


그 틀을 자연스럽게 벗어나야 하는 게 숙제다.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늘 시청률이 좋았다. 못 나와도 20% 이상이었다. 그런데 초반이긴 하지만 '남자가 사랑할 때'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감독님께서 20대, 30대를 위한 작품이라고 하셨어요.꾸미지 않는 정통 드라마라는 느낌이 있어 그런지(시청률이 낮은지) 모르겠지만, 저흰 정말 재미있게 찍고있습니다."


그가 맡은 김지훈이라는 남자는 한 여자(박정아)를 끝까지 사랑한다. 그녀가 성공을 위한 욕심 때문에 자신의 곁을 떠나고 그녀의 쌍둥이 자매(박예진)가 그를 사랑함에도 한 여자를 위한 사랑에는 변함없다.


또 다시 순수한 사랑을 보내는 남자이지만 그는 인물의 분명한 변화를 끌어내고싶어한다. 사랑에 배신당한 상처 이후 일에 집착하는 차가운 남성, 그러나 여전히따뜻한 가슴을 지닌 남성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정아와 박예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준다.


"박정아 씨는정말 혼신의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대사 NG는 거의 없을 정도이니까. 밤새 비 맞고 촬영하면 솔직히 힘들어 짜증도 나는데 단 한번도 힘들다고 내색하는 걸 못봤으니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박예진도 마찬가지.


"시원시원한 캐릭터를 맡아서인지 늘 활기찬 모습을 보여요. 저 역시 예진 씨와 연기할 때 극중에서도 생기가 날 정도로."


사실 그는 "지금 헷갈려 죽겠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 촬영과 함께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데뷔작 '썸'의 홍보활동도 겸하고 있어 어느 곳에서는 드라마이야기를, 어느 자리에서는 '썸' 을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인터뷰에서 영화 '썸'의 인상적인 포스터 만큼이나 한층 더 성숙해진 배우 고수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영화 '썸'이 개봉되고,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끝날 즈음에 훌쩍 커버린, 점점 더 강한 느낌을주는 배우가 돼 있을 것이라는.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