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 융합에 관한 법을 안 만드는 것일까,못 만드는 것일까. 통신방송융합법 제정이 도무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법 제정에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말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도 정통부와 방송위 간의 협의가 늦어져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한마디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통부는 통신방송위원회 구성 전단계로 가칭 '통신방송융합서비스사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틀대로 정책 결정은 정통부,독과점 규제는 통신위원회,내용 규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하고 통합 규제기구를 정통부 산하에 두어 사후 규제만 맡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며 협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송위는 통합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정책 결정과 규제 기능을 함께 부여해 독립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부처간 기득권 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정책 목적과 규제철학의 차이도 적지않게 작용했다. 전통적으로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는 통신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방송은 정책 목적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규제철학에서도 통신은 효율성과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방송은 전파 자원의 희소성과 규범적·공익적 측면이 강조된다. 이와 관련,김낙순 열린우리당 의원은 7일 정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통신망과 방송망의 허가 권한이 분리돼 융합 서비스를 하려면 복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이중규제와 규제 공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통신방송정책협의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나 데이터방송 등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방송법을 고쳤고 이어 9월에는 방송법 시행령과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통합 규제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위해 지난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이 참여하는 정책조정기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