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살고 있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72)가 6일 맨해튼 예술의 거리 소호에 있는 백남준 스튜디오에서 6년만에 처음으로 신작 발표회 겸 퍼포먼스를 가졌다. 백씨는 뇌졸중 후유증과 당뇨병으로 휠체어에 의존,백남준 스튜디오 이사인 장조카 켄 백 하쿠다씨(한국명 백건)의 도움으로 퍼포먼스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날 정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아버지로 생각하는 전위예술가 고(故) 존 케이지에게 바치는 피아노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백씨는 피아노와 그 옆에 서 있던 하쿠다씨의 옷과 모자에 페인트 칠을 했다. 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사이 하쿠다씨에게 악보를 찢어 먹으며 민요 '아리랑'을 부르도록 했다. 백씨는 하쿠다씨에게 씹은 악보를 삼키라고 말하고 하쿠다씨의 도움으로 피아노를 넘어뜨리는 것으로 공연을 마쳤다. 피아노를 왜 넘어뜨렸느냐고 묻자 백씨는 "할 일이 없어서"라고 농담조로 답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도 '예술은 사기다'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 하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퍼포먼스에선 백씨가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비디오 설치미술 작품 '메타 9·11'도 공개됐다. 백씨는 거동이 불편하고 발음이 분명치 않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제대로 파악, 한두 마디 단어로 대답하는 등 의식은 괜찮아 보였다. 그는 존 케이지 탄생 1백년인 2012년에 그와 작품활동을 같이 했던 독일을 방문해 기념공연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열린 패널 토론회에서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의 엘리자베스 브룬 관장은 "백씨는 5백년 전 활동한 미켈란젤로가 지금 받는 것과 같은 추앙을 5백년 뒤에 받을 것"이라며 "새로 개관하는 스미스소니언 아트 박물관에 중요한 작가로 모셔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