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3만7천명 중 1만2천5백명이 당초 계획보다 3년 늦춰진 오는 2008년 9월까지 3단계에 걸쳐 한반도에서 철수한다. 또 북한군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다연장로켓(MLRS)부대는 잔류하고 미2사단이 운용할 헬리콥터도 모두 최신형 롱보우(델타형) 아파치 헬기로 교체된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철수 시기가 당초보다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우리의 자주국방 대책 마련이 시급한 국가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한·미 양국은 6일 지난 7월 미측이 통보한 '1만2천5백명 2005년 말 감축안'을 놓고 4개월여 간 협상을 벌여 마련한 최종 합의안을 동시에 발표했다. ◆감축규모와 일정=한국측 협상대표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이 이날 국방부에서 발표한 합의안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라크로 차출된 미 2사단 병력 3천6백명을 포함해 올해 중 5천명이 1단계로 철수한다. 2단계로 2005년과 2006년 각각 3천명과 2천명,마지막 3단계인 2007∼2008년 사이 2천5백명이 잇따라 빠져나간다. 주한미군은 2만4천여명선에서 유지된다. 한·미 양국은 또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돼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MLRS 2개 대대와 대포병레이더(ANTPQ) 등 대화력전 전력은 감축계획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북한 특수전부대의 침투와 기갑사단의 남하를 저지할 아파치 헬기 3개 대대 중 헬기 보유대수가 가장 적은 1개 대대만 철수하되잔류부대가 운용할 헬기는 최신 롱보우 아파치로 교체해 화력을 크게 보강하기로 했다. 안 정책실장은 "미2사단 개편과 2006년까지 1백10억달러를 투입하는 전력증강계획 등으로 비록 병력 규모는 줄지만 실질적인 전투능력은 보다 강화돼 방위태세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감축의 의미=지난 8월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수정협상에 이어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감축협상도 타결지었다.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3월 참여정부 출범 후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던 한·미간 핵심 군사현안 모두가 일단락된 셈이다. 양국은 일련의 협상과정을 통해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함으로써 '윈윈'의 모양새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축시기 늦춰진 이유=한·미간 미군 감축협상의 쟁점은 단연 '시기'였다. 우리 측은 미군의 감축에 따른 한반도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감축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미측은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은 GPR계획에 따른 것으로 비록 '숫자'는 줄지만 전력이 감축되는 것은 아니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미측이 당초 계획보다 3년을 늦춘 '2008년 감축안'을 수용한 것은 우리 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