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 G7(서방선진 7개국) 수준의 혁신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과도한 정부 규제 등이 이의 활용을 가로막아 실제로 새 상품 새 서비스를 내놓는 혁신 성과에서는 선진국은 물론 대만에도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산업연구원과 공동 조사한 '2004 혁신역량지수(ICI·Innovation Capac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혁신역량은 조사 대상 11개국 중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혁신 성과는 중국 멕시코를 겨우 제친 9위에 머물렀다. 혁신역량에 비해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가시적인 실적이 쌓이는 혁신자원 확충에만 치중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여건 혁신연계 혁신전략 등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혁신역량을 항목별로 보면 연구개발비 규모,연구개발인력 비중,특허 출원,정보통신 인프라 등 혁신의 투입요소들을 평가하는 혁신자원지수는 71(미국을 100으로 한 상대평가 점수)로 3위에 올랐다. 반면 혁신의 성과를 확산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유연성,시장 규모,정부규제 환경,벤처캐피털 활성화 등 제도적 요건을 평가하는 혁신여건지수(56.1)는 10위에 그쳤다. 기업가 정신 등 혁신 의지를 계량화한 혁신전략지수(78.5)도 8위에 머물렀다. 기업 대학의 협력 정도와 클러스터 발전 정도 등을 평가하는 혁신연계지수(81.9)는 5위를 기록했지만 업종간 특성을 무시한 채 지역 클러스터 육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됐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기간산업연구실장은 "연구개발(R&D) 투자 등 자원 투입만 무조건 늘린다고 혁신 성과가 높아지지는 않는다"며 "기업가 정신을 꺾는 반기업 정서,각종 정부 규제 등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개선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역량지수는 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중국 대만 멕시코 등 11개국을 대상으로 70개 항목에 걸쳐 혁신역량 및 성과를 비교 평가한 지표다. 한경과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5일 서울 밀레니엄힐튼에서 '국가혁신포럼'을 갖는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