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가을 산행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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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하도 맑아 눈이 시리다.
미국에서 살다온 선배와 등산을 함께 했다.
그는 산행길 내내 길가의 이름모를 무수한 야생화와 잡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뭐가 그리 놀랍습니까?"
"미국에선 한 지역에 기껏해야 몇 종의 식물만 자란다.
그 지역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식물이 전역을 장악하는 식이다.
인디언 성지 세도나(애리조나주)의 관광안내서에 '식물생태계의 보고'라고 적혀 있어 가보니 고작 30∼40종이 자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산과 들 어디나 수백,수천종의 꽃 풀 나무를 볼 수 있어 좋다.
서로 큰 다툼 없이 상생하는…."
선배는 이를 양국 국민성에 견줬다.
능력을 중시하는 미국 국민과 달리 주위와의 조화를 강조하는 한국 국민의 성향은 식물생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과거에는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현안마다 국민들이 반반으로 갈리는 터여서 그 말을 더 이상 수긍하기가 어렵게 됐다.
과거사,국가보안법,행정수도 이전이 그렇고 경제위기 및 성장·분배 논란,공정거래법 개정이 그렇다.
4일부터 개막되는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입으로는 '민생국감'을 내세우지만 편가름의 극치를 이루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달라진 것은 별로 없이 의욕만 넘치니 말이다.
2004년이 석달도 채 안남았는데 성장률이 '4%냐''5%냐'하는 논란도 부질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선 경제지표들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번 주에는 8월 산업활동 동향(4일)과 서비스업활동 동향(6일),9월 소비자·생산자 물가(5일)가 줄지어 발표된다.
경제지표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금융통화위원회(7일)의 콜금리 추가 인하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콜금리 인하압력이 거세지만 금통위원들에겐 경기와 물가가 가장 중요한 잣대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새 행장 후보가 11일 이사회까진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여명이 물망에 올랐지만 오리무중이다.
또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마찰도 심상치 않다.
금융시장 안정에 앞서 금융감독 체계부터 시급히 안정시켜야 할 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부터 인도,베트남을 순방하는 경제외교로 바쁘다.
일전 러시아 방문길에 "기업이 나라"라고 했던 것이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될지 기다려보자.
아울러 주변 정세도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 할 듯 싶다.
최근 10월 한반도 위기설,한국내 테러설 등이 불거졌다.
가을 풍광을 만끽하기엔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