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불과 한 달여 남기고 열린 1차 TV토론회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더 잘했다고 생각한 미국 유권자는 44%에 달한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자라고 평가한 사람은 26%에 그쳤다. 30%는 무승부라고 답했다. CBS방송과 리서치회사 지식네트워크는 토론회 직후 부동층 2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토론회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케리 후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줬다(앤 리처드 전 텍사스 주지사)"고 흡족해했다. 공화당은 "겉으로 보기엔 케리가 잘 한 것 같아도 부시는 자신이 한 일이 옳다는 것을 잘 설득시켰다(존 맥케인 상원의원)"고 안위했다. 케리 후보는 공격적이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붉은 넥타이를 매고 나와 듣는 동안은 열심히 필기하고 발언 차례가 오면 부시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을 "현실을 제대로 몰라 저지른 엄청난 판단 착오"라고 쉴새없이 몰아붙였다. 푸른색 타이를 맨 부시 대통령도 "케리는 말을 자꾸 바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했으나 논리에 밀려 대체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케리 후보가 "미군은 이라크에서 대량학살 무기를 찾지 못해 유전시설만 지키고 있다"고 비꼬자 얼굴이 굳어져 물을 마시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케리 후보는 중간중간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막판에 북한과 관련된 사회자의 질문을 놓쳐 얼버무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