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무혐의] "기업의 자체적 경영판단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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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SK 등의 계열기업에 대한 지원등에 대해 참여연대가 그룹 총수 등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경영상 판단'이라며 대부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29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황윤성 부장검사)는 지난 9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시정명령과 관련해 참여연대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5대 그룹 총수와 임직원 등 83명 중 81명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그룹기업의 각종 경영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급 부과등 정부제재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고소고발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경영현실을 감안한 수사 결론을 내림으로써 향후 공정위및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현대중공업 등 3개 계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한라그룹이 발행한 3천4백9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인수한 것과 관련,김영환 전 현대전자 사장을 기소 유예하고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와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요건은 서로 다르다"며 "당시 5대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회사측에 실제 손해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 이유=검찰은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영판단 등에 대해 참여연대가 제기한 업무상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당 지원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비해 업무상 배임죄는 소속 회사에 대한 임무를 위반해 손해가 발생했고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도 배임의 범의(犯意)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부당 지원 행위가 곧바로 업무상 배임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계열사에 대한 상호출자나 상호 지급보증 관계에 있는 다른 계열사를 일시적으로 지원한 행위만으로는 배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원대상 기업의 도산이 가져올 더 큰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지원을 받은 기업이 지원받은 금액을 전액 상환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지원 액수가 자산 규모에 비춰 소규모여서 합리적 경영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공정위 제재와 참여연대 고발=98년 공정위는 5대 그룹이 35개 계열사에 4조2백63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며 7백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제재 조치에 맞춰 참여연대는 같은해 10월 5대 그룹 회장과 계열사 임직원 등 8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이 특정 금전신탁을 이용,삼성자동차와 에버랜드 등의 CP를 낮은 할인율로 인수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LG그룹은 LG화학 등 9개 계열사가 LG종금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8백96억원을 낮은 이자율로 인수했고,현대그룹도 현대종합상사 등 19개 계열사가 대한알루미늄이 발행한 2천5백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낮은 이자율로 인수했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SK그룹 역시 SK상사(현 SK네튼웍스) 등 6개 계열사가 SK증권 발행의 후순위채권 3천5백억원 어치를 낮은 이자율로 인수했다는 게 주요 고발 내용이다.
이들 그룹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현대가 지난 4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으며 나머지 4대 그룹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강동균·정인설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