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시장 분석가들은 원유 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배럴당 50달러대의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고유가로 인해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는 있어도 지난 70년대와 같은 오일쇼크나 경제불황은 야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재 최근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만한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의 대(對)중국 원유 수출 부분 중단,이라크 사태 악화,허리케인 아이반으로 인한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생산 차질에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까지 가세했다. 28일(현지시간) 유가는 나이지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충돌을 우려한 로열 더치셸이 현지의 한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근로자들을 철수시켰다는 소식에 장중 한때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했다. ◆추가 생산 여력 부족이 근본문제 시장 전문가들은 충분치 못한 원유생산 및 정유 여력과 이에 따른 수급 불안감이 고유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추가 생산 여력은 하루 1백만∼1백50만배럴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6백만배럴 수준이던 추가 생산 여력이 2백만배럴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추가 생산이 가능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뿐이고 대부분 생산 가능한 원유들은 품질이 낮아 휘발유 생산 등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유 생산뿐 아니라 정유시설도 빠듯한 상황이다. 미국의 정유시설은 지난 20년간 3백1개에서 1백53개로 줄었다. 정유사간 인수·합병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투자가 줄었다는 증거다. 원유 생산 여력이 빠듯해진 가장 큰 이유는 올 들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원유 수요다. 특히 세계 원유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 증가를 메우는 데 급급한 형편이다. 중국 원유 수요는 올 들어 하루 평균 80만배럴 증가한 6백30만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0달러 간다" vs "폭락 가능성"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배럴당 5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현재 유가에 형성돼 있는 거품이 빠질 경우 20달러대로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유로 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쉬프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선까지 올라간 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베어 스턴스의 프레데릭 로이퍼 연구원은 "투기세력들이 빠져 거품이 꺼질 경우 내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25달러선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고유가 추세가 1,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불황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81년도의 유가 최고치는 현재 배럴당 75달러"라며 "고유가로 성장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불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