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인 도계의 임시 음악교사로 발령난 현우(최민식).그가 현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현우가 학교로 가는 길을 물었던 여성은 나중에 약을 사기 위해 들른 약국의 약사 수연(장신영)이다.


그녀의 애인인 정비공은 현우의 고물차를 고쳐준다.


두 사람은 현우의 제자와 가까운 이웃이고 제자는 현우에게 선심을 베풀었던 할머니의 손자다.


그 제자는 다시 현우의 헤어진 애인 연희(김호정)와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나 현우의 본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냉혹한 현실에 낙담한 청년이 희망을 찾아가는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감독 류장하)에서 인물들의 이런 연계성은 주인공의 비관을 낙관으로 바꾸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모든 사람들이 따스한 사슬을 형성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주인공은 세상살이에 필요한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교향악 단원을 뽑는 면접에서 번번이 미역국을 마신 뒤 갖게 됐던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떨쳐내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이 작품에는 극적인 이야기 구성은 없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통해 삶 자체에 접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감독은 삶의 양면성을 제시한 뒤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는 중심에 사람들간의 관계맺기를 두고 있다.


현우가 밤무대 트럼펫 연주자가 되거나 연희를 다시 찾는 종반부는 도입부와는 정반대다.


시골 학교의 녹슨 악기와 오래된 트로피는 현우에게 부여된 전국대회 우승이란 목표와 대비된다.


도입부에 등장했던 현우의 과음 장면은 현우 친구의 과음으로 전이되며 비뚤어져 있던 현우의 성격도 순화돼 있다.


그 와중에는 서울의 절망,시골의 희망이 대비돼 있고 희망의 핵심은 도계 사람들의 인간미다.


약사를 놓고 정비공과 현우가 빚게 되는 갈등도 개인의 욕망을 누르고 세 사람간의 우호적인 관계가 부각되면서 해소된다.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는 선택이야말로 행복에 가깝다는 의미다.


'올드보이''파이란''취화선' 등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형상화했던 최민식은 모처럼 가볍고 일상적인 인물을 무난하게 연기했다.


23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