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살라 방문도 사절"…관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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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청 단위 기관의 감사관직(職)이 특화되고 공기업의 감사역할이 강화되는 등 공공기관의 감사제도가 혁신된다.
사정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부패척결 천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공기업의 구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자체 감사(관)를 "부패전선"의 전면에 내세워 만연된 부조리구조를 단절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5일 "감사원.부패방지위 등의 암행감찰로는 단발성 적발에 그치게 돼 부조리를 뿌리뽑기가 어렵다"며 "일단계로 각급 기관에 있는 감사 역할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정부부처의 경우 △한직으로 분류되는 감사와 감사관실 근무자에 대해서는 '전공'에 가깝도록 보직을 특화하고 △감사원 실무자급들과 부처·공기업의 적극적인 인사교류 등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감사'를 최대한 줄이고 △감사가 최고경영자(CEO)에 종속되지 않은 채 독자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며 △인터넷을 통한 비리고발·접수확인 시스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와 경영진 및 일반직원 간의 '한 식구'란 정서,감사관(실)은 거쳐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내부감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청와대도 최근 김주수 농림부 전 차관의 금품수수,보건복지부 과장의 상품권 수수,건교부 과장의 의혹자금 통장 발각 등이 잇따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진 전 주공사장의 억대수뢰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공기업에 대해 시스템적으로 부패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석을 맞아 총리실 감사원 부방위 합동으로 40여명의 암행감찰반을 운영중이나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검찰도 최근 고위공직자,공기업,지방자치단체,법조 등을 '4대 중점 척결대상 비리'로 정했다.
김 전 차관이 1백만원 수수혐의로 경질된 것과 관련,관가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현정부 들어 차관급의 고위직이 금품수수 혐의로 해임된 첫 사례여서 공공부문의 기강잡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림부 내에선 금액이 크지 않았다며 '희생양'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의 반응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점심은 가급적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저녁 모임도 피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혹시 나 모르게 받은 선물이나 찾아온 사람들이 없는지 비서나 집에 일일이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꼭 지켜서 사무실에 들어오고 함부로 사무실을 비우지 말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고위직으로서 처신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산자부의 한 국장은 "최고위급 간부로서 시비가 일지 않도록 사전에 좀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일각에서는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영권'문제에 대한 개선책도 조심스럽게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의견임을 전제,"김정태 국민은행장 징계건에서 드러났듯이 공기업 성격의 거대 기업의 전문경영인이 민간의 여타 '오너 기업' 못지않게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시장선도'라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영권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앞으로의 정책이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외에 포스코 KT 등을 그런 기업의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자칫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거나 민영화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어 아직까지 대외적으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허원순·안재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