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이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이기준) 공동 주최로 최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렸다. '연구개발(R&D)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R&D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연구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새 평가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주제발표 ◆김학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책연구사업관리단장=R&D 평가는 사전 검토,전문가 평가,전문기관 평가,위원회 평가,이의 신청의 단계로 나누어진다. 사전 검토를 통해 중복된 연구를 걸러낸 다음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가 평가단이 R&D의 필요성,독창성,성공 가능성 등을 평가해 후보과제를 선정한다. 이후 전문기관과 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연구과제가 확정된다. 이같은 평가과정에서는 객관성 공정성 및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평가위원은 연구개발사업 평가단에 등재된 인사 중에서 선정된다. 평가위원 선정시 평가 대상 과제와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을 뽑기 위해 평가자 상관관계 검색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또 해당 기술분야 R&D 경력이 5년 이상인 전문가 중 실적이 뛰어난 인사로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 국책과제를 독식하는 등 평가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적 온정주의도 문제다. 이에 따라 KISTEP은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평가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 토론내용 ◆양희승 세종대 교수=정부 지원 연구사업 규모가 지난 92년 6천억원에서 최근 6조원에 이를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 예산 중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R&D 평가의 투명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평가시스템으로 전환해 평가자들이 피평가자에게 제안을 할 수 있고 피평가자들이 반론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기련 아주대 교수=아직까지도 R&D 평가가 프로젝트 평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와 같이 R&D 지원이 크게 늘어나고 대형 사업이 많은 상황에서는 프로젝트 평가보다는 프로그램 평가로 나아가야 한다. 사업을 일일이 나눠 5백만원짜리나 1천만원짜리 프로젝트로 평가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 프로그램 위주로 평가를 진행하면서 책임자에게 프로젝트 선정권을 일임해야 한다. ◆김동찬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회장=프로그램 평가냐 아니면 프로젝트 평가냐의 문제는 평가기관에서 필요에 따라 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과거에 비해서 각 평가기관의 R&D 평가기법이 크게 발전했다. 특히 공정성이 강화됐다고 본다. 그러나 공정성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적실성있는 과제를 선정해 연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형식주의로 흘러가고 있는 점이 문제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