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의한 신종 병역면탈행위가 프로야구선수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저질러진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나 병무행정의 주무부서인 병무청은 추가 범죄 적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병무청은 동일수법의 비리가 장기간 진행됐는데도 내부 공모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사후약방문식 대책만 발표해 병무비리 근절 의지가 실종된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병무청은 이번 병무비리에 내부 직원들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백질이 검출되게 하는 약물과 자신의 혈액을 소변에 섞어 의사에게 제출하는신종 방식은 의학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충격적인 수법이기 때문에 내부 공모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병무청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병무청 창설 이래 병무비리가 쉴새없이 터져나온 데다 이번에 신종수법으로 드러난 사구체신염 질환자가 8년간 매년 400∼500명씩 병역면제를 받았으나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던 만큼 병무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사구체신염에 걸리면 엄청난 고통으로 정상생활이 힘든데도 이 질환으로병역면제를 받은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징병검사가 끝난 뒤 곧바로 현업에 복귀했다는 소문이 병무청 주변에 끊임없이 나돌았는데도 진상규명을 해보려는 시도가전혀 없었다는 점도 병무담당 공무원의 비리연루 가능성을 높게 하는 대목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신장질환으로 검사를 받은 징병대상자는 2001년 991명에서 2002년 2천648명으로 2.7배 가량 늘어났고 신장질환으로 인한 병역면제자는 2001년 469명, 2002년 465명, 2003년 443명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에는 신장질환으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은 프로야구선수나 유명 연예인,부유층 자녀들이 매년 최소 10명 이상 포함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수사가 프로운동선수나 연예인에 집중된 점에 비춰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아 신장질환 병역면제자 전원에 대해 신체검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경찰 수사를 통해 신종 병무비리 수법의 전모가 밝혀진 이상 재검이 실시된다면고의 병역기피자 전원을 밝혀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병무청은 정상적인 병역면제자까지 재검을 받아야 한다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병무청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병역면탈 소지를 근절하기 위해 `병역면탈방지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속으로 신체검사 프로세스 분석팀을 구성해징병검사과정을 전면 재검토한다 등 원론적인 수준의 대책들만 수시로 발표했다. 그러나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병역면탈행위자를 적발하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않은 채 비리에 연루됐을지도 모르는 내부 인사들로 대책기구를 구성하는 식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병무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더욱 교묘한 형태로 계속될것이라는 게 경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무청이 병무비리 근절의지가 있다면 신장질환 면제자에 대한전면적인 재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면제자에 대한 사회적 의혹을해소하게 하는 효과도 있는 만큼 인권침해의 소지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홍준형 서울대 공법학 교수는 "병무청은 브로커와 내부 인사간 `인적 유착'을근절할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질환별, 대상자별 병역면제 판정의 추이나 빈도,유관기관 역할, 징병검사 관계자 재산변동 등을 포함한 병무비리의 사전경보나 추적,점검을 위한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