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상인 성공사례] (17)임부복 판매 주연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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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사는 주연희씨(35).샐러리맨 남편과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주부이자 동시에 월 5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이다.
하지만 그는 번듯한 사무실은 고사하고 명함도 없고 직원도 한 명 없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무실겸 창고로 활용하며 온라인에서 임산부복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거품이 많은 임산부복 시장에서 저가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패션화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단골 고객을 늘린게 그의 성공 비결이다.
옥션(ID:happyberries)에서 월 평균 4천만~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던 그는 최근 3개 쇼핑몰에 새로 진출했다.
주씨가 사업의 길에 들어선 것은 지난 99년.
첫째 아이가 생기면서 직장생활을 접은 그는 소일거리 삼아 동대문시장 등에서 여성의류를 떼어다 옥션에서 팔았다.
그러다 3년전 둘째를 임신하면서 지금의 임부복쪽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
"옷들이 턱없이 비싼데다 디자인이 한결같아 살만한게 없었어요.
뚱뚱해 보이기 싫어하는 임산부의 심리를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으면 히트칠 것으로 확신했지요." 주씨의 느낌은 적중했다.
일반 트레이닝복과 티셔츠를 임산부가 입도록 개조한 옷들이 옥션에서 날개돋힌듯 팔려나갔다.
한 사이즈만 내놓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2개 사이즈를 만들어 판매한 것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임부복은 일반의류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일종의 특수복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적고 재고부담도 있어 높은 마진이 관행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주씨는 초기에 저가전략을 유지했다.
대신 도매시장 등에서 '땡처리'제품을 잡았다.
매출이 늘어나자 그는 디자인에 눈을 돌렸다.
예쁜 여성복과 해외 명품 임부복의 디자인을 변형해 직접 공장에 제작을 의뢰했다.
그렇게 생산된 옷들은 임산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직접 주문생산 하다보니 도매로 구입한 제품에 비해 마진율도 10∼20%까지 높아졌다.
그는 현재 제품의 50%이상을 주문생산하고 있다.
비좁은 아파트를 사무실 겸 창고로 써야하는 그는 철저히 '무(無)재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낮 동안의 주문량을 토대로 다음날 새벽에 물건을 구입하는 '선(先)주문 후(後)구입'이 그 비결이다.
간혹 땡처리 제품을 대량 떠안기도 하지만 재고는 끼워주기 등 사은행사로 가급적 빨리 소진한다.
이런 선심성 재고소진 전략은 재구매율을 높이고 단골을 확보하는데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주씨의 판단이다.
인터넷공간의 사업은 밤낮이 따로 없다.
몇 년을 주부와 디지털상인으로 활약하다보니 주씨는 이젠 '시(時)테크'의 달인이 됐다.
그의 업무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끝낸 오전 11시께 시작된다.
옥션을 포함해 4개 사이트의 주문을 체크하고 문의 게시판에 정신없이 답변을 해주고 나면 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평균 1백건의 주문에 대한 포장작업은 저녁 7시께 끝난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다시 컴퓨터로 달려가 주문상황을 파악한 뒤 새벽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공장에 주문까지 끝내면 새벽 2시.일이 너무 많아 그는 최근 물건을 전문적으로 구입해 주는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고용했다.
월급은 40만∼50만원.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서 가사일과 업무를 보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24시간 장사에 매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주문접수,포장,배송작업 등을 비롯해 시바기(옷의 실밥을 따고 하자를 검사하는 일을 총칭)작업까지 혼자서 3∼4명 몫의 일을 처리한다.
주말엔 제품이미지 등을 촬영해 사이트에 올려놓느라 가족끼리 흔한 외식 한번 못해봤다.
주씨는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제품구입과 사진작업 일부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