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 등을 둘러싸고 진행됐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힘 겨루기'가 '경제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야간 의견 대립이 큰 법안은 출자총액제한 유지와 계좌추적권 부활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법 개정안'. 열린우리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국회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밀어붙이는 여당=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17대 국회 초반부터 야당에 밀려 각종 법안이 좌초되는 '수모'를 결코 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부터 경제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이부영 의장 및 천정배 원내대표와의 만찬회동에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 입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회 일정상 9월중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연말에나 통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열린우리당이 강공작전을 결심케 한 다른 이유다. 국정감사를 하다보면 10월은 훌쩍 지나간다. 11월부터 정기국회가 마감되는 12월 초까진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판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13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연말까지 다시 지연된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반발하는 야당=한나라당은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공세를 '거여(巨與)의 오만'이라고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반대가 자칫 '실물경제 외면'이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대안을 제시하면서 열린우리당에 협의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내놓은 기금관리법 개정안 대안에서 기금운용의 독립성 등을 대폭 강화했다. 정부가 부당하게 기금운용에 개입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자가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기금관리 주체는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신중하게 행사토록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부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한나라당은 5천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한 기금은 자산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투자위원회'를 설치토록 제안했다.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여유자금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기금에 대해서는 기금관리주체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할 것을 주문했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