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누구 위한 행정소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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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8시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13층.금융감독위원회의 제재조치에 대한 은행의 공식 대응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 멤버들이 모였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사외이사 11명(해외거주 2명은 화상회의)과 상임이사 3명 등 이사회 멤버 14명이 전원 참석했다.
4시간여의 격론 끝에 이사회가 내린 결론은 '김정태 행장의 퇴임과 관계없이 기관경고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사회는 "행정소송을 할 지 여부는 개인(김 행장)의 이해관계를 떠나 은행 이익차원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이사회가 '은행 이익을 위해'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부분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행정소송은 따져 볼 필요도 없이 은행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국민은행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소송에 들어가면 승패를 떠나 은행으로선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사 국민은행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감독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주주이익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행은 이번 사태가 표면화된 지난 8월 이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직원간 갈등이 재연되는 등 위기상황이다.
우리·하나·신한은행 등 경쟁은행들도 '때가 왔다'는 듯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감독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게 과연 '은행의 이익'에 부합되는 선택인지는 그다지 심사숙고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사회가 진정으로 은행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하루빨리 이번 사태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는 방안부터 궁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진모 금융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