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0:07
수정2006.04.02 10:10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창건일(9·9절)인 지난 9일 대규모 폭발이 있었으나 아직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나 언론들은 이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 사건발생 시점과 장소 및 핵 실험 의혹 등 여러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핵실험은 아니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사고지점으로 지목된 김형직군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지린성 지안시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우리 정보당국은 김형직군의 산악지대인 영저리에 대포동 1,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왜 하필 '창건일'인가=북한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들은 9일 오전 11시께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단순 사고라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핵실험이거나 그에 준하는 의도적 또는 고의적 행위라면 '공화국 창건일'에 즈음해 핵 개발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거나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왜 김형직군인가=핵실험 등이라면 중국 국경과 가까운 김형직군을 택했을리가 없다는 관측이 많다.
맹방인 중국의 심기를 자극할 이유도 없거니와 김일성 주석의 부친 이름을 딴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을 각오하고 실제 핵실험을 했을리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 사고거나 위장된 행동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버섯구름 있었나=소식통들은 중국 접경지역에서 버섯구름을 봤다고 전했지만 미국 정보당국 등에서는 버섯구름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경 3.5~4㎞ 정도로 버섯구름 형태의 연기"에 대한 진술이 다소 과장됐다면 폭발이 핵 실험이었을 개연성이 훨씬 줄어든다.
역시 단순 폭발이거나 위장된 폭발일 개연성을 높여준다.
◆한국 핵연구 공개와의 관련성=한국 정부가 1980년대 초와 2000년 초 각각 플루토늄 추출실험과 우라늄 분리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미국측의 정보 유출로 갑자기 이슈화된 것과 연관성이 있을까.
북한은 한국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이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동결 대 보상'방식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을 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북핵문제'를 빨리 마무리짓지 않으면 정말로 한반도 비핵화는 물건너 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위장된 폭발'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무장폭동 가능성=지난 4월22일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5개월이 채 못된 시점에 또 폭발사고가 발생했을까.
사상 최악의 참사를 겪고 최근 지도부와 공직 사회 전체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을 상황에서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동안 확인이 불가능한 주장일 뿐이었지만 반(反)김정일 세력에 의한 무장폭동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는 한 이유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