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증권사가 무자격자를 투자상담사로 고용해 고객이 투자 손실을 입었다면 증권사에도 5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증권거래법상 일임매매는 금지돼 있어 법원은 그 동안 투자자가 일임매매 약정을 맺은 뒤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증권사에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유원규 부장판사)는 9일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권모씨(69)가 B증권사를 상대로 낸 12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권사는 원고에게 6억3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권씨는 B증권사 투자상담사 김모씨를 통해 지난 2000년 증권거래 계좌를 개설한 뒤 4억7천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권씨는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김씨의 말을 믿고 그와 포괄적 일임매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김씨는 사기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전력이 있는 데다 투자상담사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 해당 증권사 지점장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