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레드포드가 친 홈런볼이 야광 전광판을 박살내고, 거기서 터져 나오는 불꽃들이 화려하게 스크린을 수놓았던 영화 '내츄럴'.


야구의 문외한에게도 진한 감동과 재미를 전해준 작품이다.


물론 주인공도 잘 생겼다.


그러나 오는 17일 개봉하는 '슈퍼스타 감사용'에는 그와 같은 찬란한 감동이나 화려한 장관은 없다.


주인공도 '볼품' 없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야구를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와 행복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화끈한 한방은 없다.


그러나 잔잔한 행복감이 아련한 80년대의 향수와 함께 실려나온다.


서민을 대변하는 연기파 배우 이범수. 그가 이번에는 1승 15패 1세이브라는 초라한 전적의 좌완투수 감사용으로 변신했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따스함은 이 영화가 실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린' 네티즌들에게는 그 진위가 논란이 되고 있는 주인공 '감사용' 역시 실명이고 실존 인물인 것이다.


삼미철강의 직장야구단에서 이름을 날리던 감사용은 회사에서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팀을 만든다는 소리에 오디션에 응시한다.


공의 속도는 대단히 느리지만, 팀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그는 당당히 합격한다.


그러나 그의 야구인생은 전혀 짜릿하지 않다.


청운의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는 등판의 기회조차 잡기힘든 선수로 머문다.


어쩌다 기회가 와도 패전처리 전문투수가 될 뿐. 그런 그의 옆에서 OB베어즈의 박철순은 19연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한다.


동시대를 호흡하는 동료선수지만 이들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간극이 있다.


그런 그들이 박철순의 20연승 도전 경기에서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치게 된다.


이 영화의 모토는 '꼴찌에게 박수를!'이다.


감사용이 스타 투수 박철순의 '20연승'의 제물이 됐고(실제로는 16연 승), 그의 팀 삼미 슈퍼스타즈가 이름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해도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프로야구가 있고, 영웅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이 나온다.


모두가 승자에 열광할 때 이 영화는 구석에 숨죽이고 있던 패자를 조명한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극적이기는 하나 동시에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영화의 딜레마.


도무지 이기지를 못하는 팀에게 어떤 환희를 끌어낼 수있을까.


꼴찌팀은 훈련하는 모습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종현 감독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족애를 적절히 가미했다.


감사용의 어머니역을 맡은 김수미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한껏 돕는다.


남이 봐서는 '한심한' 3남매지만 김수미는 이들에게 자애로운 어머니다.


당시 처음 등장한 TV 앞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이나(김수미를 앉혀놓고 '전원일기'를 틀어놓은 감독의 위트가 따뜻하다), 택시 운전을 하며 동생의 경기중계방송을 듣다가 그만 전봇대를 박아버리는 형의 모습, 아들의 허풍을 묵묵히 들어주며 밥상 머리에서 게장을 열심히 찢어주는 어머니의 모습 등은 가족의 사랑을 찡하게 전달한다.


누가 뭐래도 가족에게는 절대적인 한 표를 던지는 법이지 않나.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모습은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프로야구를 떠올리게 하며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고 평범한 남자가 두 주먹 불끈 쥐며 뛰는 모습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시지.


'열심히 하는 당신'은 모두가 슈퍼스타인 것이다.


극중 울려퍼지는 김학래ㆍ 임철우의 노래 '내가'의 가사가 가슴에 와 박힌다.


'이 세상에 슬픈 꿈 있으니 외로운 마음의 비를 적시고, 우리 그리움에 날개 있다면 상념의 방랑자 되리다. (중략) 내가 님 찾는 떠돌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겠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