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활약할 토종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사모펀드(PEF·정식 명칭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법안이 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그렇게 규제가 많아서야 외국자본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PEF에 대한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법안 마련,부처 협의,국회 입법 로비과정까지 챙기고 있는 재정경제부측은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한 게 없다"며 "일단 PEF가 출범하면 우리은행 등의 민영화 과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법 개정안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2중3중'의 규제 '이헌재 펀드'를 만들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려다 입각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연기금과 은행,기업들의 자본결합을 통해 구조조정 시장에서 외국자본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식 사모펀드인 PEF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부처 및 국회 논의과정에서 갖가지 반대에 부딪혀 퇴색했다. 우선 기업의 여유자금을 우리금융 등의 구조조정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려던 구상은 공정거래법(출자총액제한제도)과 은행법(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제한)의 적용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연기금 활용방안 역시 "연기금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야당 반대로 삭제돼 당장은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정부,"우리금융 민영화에 기대" 이 때문에 PEF는 은행자본을 끌어들인 '관모(官募)펀드화'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자,국회 재경위는 다시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은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출자할 수 있다'는 올가미를 하나 더 추가시켰다. 재경부측은 이런 정도면 토종자본을 사모펀드로 묶어 구조조정 시장에서 역할을 하게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과 기업자금 등이 연합해 은행관리 기업(대우조선 등)이나 예금보험공사 출자 금융회사(우리금융 등)의 민영화 과정,부실 중소기업의 워크아웃과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PEF 역할 기대하기 힘들 것"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L투신사 고위 간부는 "일단 취지도 좋고 명분과 필요성도 공감하지만 큰 기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미국식에 비해 너무 규제가 많아 경쟁력이 없고,둘째 시장 참여자들이 5∼7년짜리 장기투자에 익숙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연기금이 PEF를 주도해야 하는데 참여가 불투명하며,마지막으로 PEF의 주요 목적인 M&A를 다룰 시장 참여자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박수진·이상열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