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플랜트건설 사상 세계 최대 규모인 25억달러짜리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공사 수주를 눈앞에 둔 현대건설이 송영진 전 의원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로 불거진 악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주전을 진두 지휘해 온 이지송 사장이 출국금지 대상에 오르면서 오는 15일 발주처와의 최종 협상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여기에다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해외 건설업체들이 발주처를 상대로 흑색선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6일 이란국영석유공사(NIOC)로부터 사우스파 15,16단계 가스플랜트 공사 기술심사에서 1위 업체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1년간 회사의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펼쳤던 공사 수주가 현실로 다가온 낭보였다.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사우스파 15,16단계 사업은 총 공사비 25억달러 규모로 현대건설은 국내의 LG건설,영국의 포스트휠라,이란의 ISOICO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참여했다. 발주처인 NIOC는 현대건설이 이미 공사를 끝낸 사우스파 2,3단계와 연말 완공 예정인 4,5단계의 공사 실적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수주계약을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오는 15일 이란에서 NIOC와 벌이는 최종 협상이다. 이 협상에서 공사 선수금 규모,유보금 비율 등이 조율되면이르면 20일께 계약을 맺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사장의 협상 참석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게다가 경쟁업체들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발주처를 재공략할 경우 최종협상 파트너가 교체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발주처 상황도 현대건설측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스처리시설 개발을 두고 인접 국가인 카타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측이 공사 착공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처로서도 현대건설의 사정을 감안해 기다려 줄 여유가 없는 셈이다. 해외건설협회 김효원 전무는 "한국적 정치 현실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가 무산되어서는 안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물의를 빚어 국민들에게 죄송하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 비즈니스는 성사될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