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독립을 요구하는 무장세력들이 벌인 러시아 인질극 사태가 사건발생 사흘만에 러시아 특수부대의 전격적인 진압작전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인질범 10명이 사살됐으며 인질 가운데 5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 부상자들이 2백여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CNN방송은 인질극이 벌어졌던 체육관에 적어도 1백여구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고 ITV의 현장 취재 기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타르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특수부대 요원 1백여명은 3일 오후 1시께(현지시간) 인질극 현장인 북 오세티야의 학교에 진입,인질범들을 모두 몰아내고 인질들을 구출했다. 이들은 수백명이 인질로 잡혀 있던 학교로 진입해 작전개시 40여분만에 학교를 완전 장악했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진입작전을 개시하기 직전 반나체 상태의 어린이들이 억류됐던 체육관에서 뛰쳐나왔으며,곧바로 일부 인질범들이 따라 나오면서 총성이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목격자들은 인질범들이 인질들에 섞여 탈출을 시도하자 특수부대 요원들이 인질범들을 사살하기 위해 총격을 가했으며 거의 동시에 진압작전이 개시됐다고 말했다. 진압과정에서 폭발물이 터지고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ITV의 줄리언 매니욘 기자는 "범인들이 설치한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체육관 바닥에 1백여구의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인질과 현지주민 등 4백여명이 인질과 현지주민 등 4백여명이 인질극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질범은 사건현장 주변의 인파를 헤치고 달아나다가 최소한 5명이 사살됐으며 빠져나간 13명은 러시아군이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오세티야 내무부 관계자는 "인질극을 주도한 일당 중 여성 몇 명을 포함해 13명 정도가 인질들의 옷을 빼앗아 갈아 입고 현장을 빠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특수부대원들이 진압에 나선 것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며 학교건물 주변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면서 일련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개학식이 열리던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학교에 무장세력들이 진입하면서 시작된 52시간의 인질극은 한때 일부 인질들이 석방되면서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결국 5백여명 사상이라는 참극을 남긴 채 종료됐다. 지난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범 사태땐 3일간의 대치끝에 1백7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