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41
수정2006.04.02 09:44
한나라당 내에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소수의견이지만 여당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와 향후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일부 '경제통' 의원들이 당의 방침과 달리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연기금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 이전에 '내부의 반란'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입장은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안된다"는 것이다.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은 3일 "우리나라 연기금은 그 지배구조가 전문성 자율성 투명성을 보장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관치(官治)'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것이 해결되기 전에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출신인 이종구 의원은 "지금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증시를 '깊고 넓게'할 필요가 있다"며 "연기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텐데,주식투자를 허용하지 않으면 자산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관치'는'기우'이며 감시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역시 재경부 관료를 지낸 박종근 의원도 "연기금 규모가 커지고 있어 주식 투자 등 다양한 활용 방안들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기업인 출신의 심재엽 의원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지분을 잠식해나가고 있다"며 "이에 대비한다는 의미에서도 연기금의 증시 투입은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당에 동조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차원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반발이 일자 한나라당은 지난 2일에 이어 다음주 중 정책의원총회를 한번 더 열어 이 문제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당론과 달리 상대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현상은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이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당론을 고수하는 지도부에 대해 경제통인 강봉균 의원과 당내 규제개혁특위 간사인 김종률 의원 등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완화가 필요하다"며 앞장섰다.
이어 당내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소속 의원들까지 완화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을 출자총액제한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