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32
수정2006.04.02 09:34
주한미군기지 재편계획에 따라 미군기지가 떠나는 경기도 동두천과 미군기지가 들어오는 평택시가 어수선하다.
기지이전으로 지역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동두천시의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부차원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특별법을 제정을 통해 정부지원이 예정돼 있는 평택시의 주민들은 "특별법이 지역경제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지 의문"이라며 구체적인 정부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기지이전에 따른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동두천이나 특별법 제정이 입법예고돼 있는 평택시의 주민 모두 불만들인 셈이다.
성난 동두천
경기도는 연말까지 동두천 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동두천 시민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의 대책은 단발성인데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원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게 동두천 시민들의 인식이다.
동두천시는 전체면적의 70%가 미군 보유지와 공유지,군사보호시설로 묶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지 이전 후에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도권정비법과 군사시설보호법을 푸는 방향으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동두천시미군현안대책위원회 등은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정비법과 군사시설보호법을 완화하는 것은 경기도 차원에서만 이뤄질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동두천시민들이 실력행사까지 벌이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기지 이전에 따라 지역경제 여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두천시민의 20%는 미군과 관련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군 군속자가 3천5백명이고 유흥업소 양복점 등 미군을 상대로 하는 점포가 4백여개에 달한다.
미군기지가 이전하면 생존권까지 위협받을 수준이라는 것이다.
홍석우 미군현안대책위 사무국장은 "동두천시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젊은층도 동두천을 떠나는 추세여서 체감경기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생연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에이스공인중개사 조구영 사장(50)은 "지난 6월 이후 팔아달라는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1백여건이나 되지만 한달에 1건 거래도 어려워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생연동에서 인력사무실을 운영하는 김영호씨(47)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하루에 40∼50명씩 인력을 공급했으나 지금은 5∼6명에 그치고 있다"며 "일주일에 이틀도 일을 못나가는 일용직 인력도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불안한 평택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 지원 특별법(평택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주한미군 재배치로 인해 토지를 수용당하는 농민들에 대한 이주 대책과 지역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를 앞세워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주관아래 1일 오후 평택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군기지 이전 관련 평택지역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관한 공청회'는 일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차질을 빚었다.
이날 공청회장에 나온 주민들은 "막연하기만 한 '평택지원 특별법'보다는 '미군기지 확장 이전'이라는 눈앞의 현실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대다수 시민들의 의견은 다소 복잡하다.
부동산 개발업자나 토지 수용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일반 시민들은 교육환경 악화 등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공통 분모는 "최악의 경우 토지가 강제 수용될 때 보상가는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 뿐이다.
평택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특별법 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특별법 제정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현재의 법안은 너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형복 평택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정부가 제정하는 특별법이 실제 지역경제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며 "대다수 지역 경제인들은 아직 특별법제정의 효과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시는 이에 따라 정부에 대규모 산업시설 이전,평택 국제평화신도시 건설,외국인학교 설립 및 4년제 대학 증설 및 이전 허용 등 약속 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확실한 보장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후진.김수언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