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못내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가입자를 중심으로 보험료 체납액이 불어나는 추세다.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너무 크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혜택이 정지되면 병원을 가지 못하거나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징수율(누적)은 91.0%. 지난해 평균 94.4%에 비해 3.4%포인트 떨어졌다. 직장가입자 징수율도 99.4%에서 7월 말 현재 99.3%로 0.1%포인트가 낮아졌다.

당연히 전체 징수율도 낮아져 직장 및 지역가입자 전체 징수율은 7월 말 현재 96.7%(2003년 97.7%)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이후 줄곧 내리막인 셈.

이와 함께 2002년 말 7천2백37억원이던 체납액(3개월 이상 체납자 기준)은 지난 8월10일 현재 1조1천5백84억원으로 1년7개월 만에 60% 이상 불어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격징수실 이석영 차장은 "지난해부터 보험료 징수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더니 올 들어 그 하락세가 한층 가팔라지는 추세"라며 "건강보험료는 전기료 등과 달리 당장 생활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수율이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특히 벌이가 일정치 않은 지역가입자 징수율이 경기곡선과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영향권의 최전선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소득기준 시점과 세금을 내는 시점이 달라 그해 경영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 국세청이 매년 5월 전년도 소득자료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액을 책정하면 건강보험공단 등에 10월께 이 자료를 넘기며 공단은 다시 이를 기준으로 다음해 보험료를 매기게 된다.

서울 중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정희씨(39)는 "2002년만 해도 월 매출이 1백50만원 정도 됐는데 지난해엔 1백3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올 들어서는 80만∼1백만원 수준을 오르내리는 정도"라며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데 보험료는 해마다 올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측은 국세청으로부터 근거자료를 받는 시점을 앞당겨 그 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9만9천가구의 건강보험료 3백40억원을 결손처분한데 이어 건강보험 체납자 중 실태를 조사해 납부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으로 판단되면 체납 보험료를 탕감해주고 의료급여 수급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의료사각지대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기불황 속에서 이중고를 겪는 서민들과 빈곤층의 의료혜택을 늘릴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수·이태명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