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매물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 5월 2조원을 웃돌던 프로그램 매물이 6월부터 감소하기 시작,이달 들어선 완연한 매수우위로 전환됐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증시가 가뿐히 800고지를 회복한 것도 프로그램 순매수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선물시장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세가 외국인의 현물매수 재개와 함께 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순매수로 전환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차이를 이용하는 프로그램 매매는 지난 17일 이후 순매수로 전환됐다.

불투명한 장세전망 때문에 오래동안 저평가돼 왔던 선물가격이 상승하며 현물(코스피200)가격과의 차이가 좁아지자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청산(현물매수+선물매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프로그램 매수는 최근 열흘간 5천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매매는 지난달 3천4백66억원 순매도에서 8월에는 2천3백61억원 순매수로 전환됐다.

프로그램이 주가의 발목을 잡던 미운 오리새끼에서 어느새 든든한 증시의 버팀목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우리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매수로 버텨오던 증시가 프로그램 순매수의 도움을 받아 훨씬 안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매물공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프로그램 매수가 조금만 유입돼도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5천억원 이상 추가 유입 기대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아직 기대보다 미흡하기 때문에 증시가 돌발 악재를 만나지 않는 한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선물옵션 동시만기일까지는 계속 유입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 지난 11일 1조3천3백90억원으로 사상최고치에 달했던 매도차익거래 잔고는 25일 현재 1조1천6백80억원으로 1천7백10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베이시스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느긋하게 청산시기를 기다리는 선물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다음달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는 베이시스가 제로(0)로 수렴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이시스가 더 개선되면 1조1천6백억여원의 매도차익잔고중 허수로 보이는 3천억원을 제외한 7천억∼8천억원 가량이 청산될 것"이라며 "신규 매수차익거래도 활발히 전개돼 최대 1조5천억원의 프로그램매수세 유입이 가능할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LG투자증권 황재훈 연구위원도 "매도차익투자자중 증권 등 일부 투자자만 청산에 나서 아직 여력이 많다"며 "신규 매수차익거래를 포함해 만기까지 최소 5천억원 정도의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