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관할권이 없는 외국 법원에서 제기된 소송도 국내의 가압류·가처분 명령의 근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진현민 판사는 25일 유명 벤처기업 창업자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미국 지방법원에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은 국내 본안 소송에 효력을 미칠 수 없다"며 제기한 가압류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부인은 미국이 전업주부에 유리하게 판결을 내리는 성향이 있어 미국에 소송을 냈다.

B씨는 남편 A씨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이혼을 전제로 부부재산 73억원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냈다. 하지만 A씨는 부인 B씨가 이혼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자 가압류를 풀 목적으로 본안소송을 제기하라는 '제소명령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B씨에게 '21일 안에 본안소송을 제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B씨는 "작년 12월 미국 버지니아주 지방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며 근거 서류로 제출했다.

그러나 A씨는 "민사소송법이나 민사집행법상 본안 소송을 맡는 법원에 외국 법원이 포함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반박했다. 진 판사는 결정문에서 "본안에 해당하는 소송을 외국 법원에 제기했다면 보전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할 의사를 객관적이고 실효적으로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