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연기자가 한국 영화에서는 드물게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다음달 촬영을 시작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제작 필름있수다. 감독 박광현)의 스티브 태슬러가 그 주인공. 그동안 몇몇 영화에서 미국 배우가 카메오급으로 얼굴을 내민 적은 있지만 주연급 배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막골'은 한국전쟁의 포화가 빗겨간 산골 마을 동막골을 배경으로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서로 대립하다가 어느새 한 편이 돼버리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 스티브 태슬러가 맡은 역은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마을에 오게 되는 스미스 대위.스미스 대위는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이 각각 연기하는 국군 현철과 인민군 수화,마을 주민 여일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뉴욕의 연극무대와 영화 '재키' 등에 출연한 바 있는 태슬러는 올해 초 미국 현지에서 열린 오디션에서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맡은 역이 한국말을 잘못하는 미국 군인인 까닭에 한국어 실력보다는 미국인의 전형으로 보이는 외모와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그가 캐스팅된 주된 이유. 문제는 대사보다는 스태프와의 의사소통. 제작사는 촬영 기간에 제작 현장도 경험하고 영어공부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미끼'로 통역을 맡을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번 영화는 신인 박광현 감독의 데뷔작이며 순제작비 45억원으로, 내년 2월 개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