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던 만리장성을 허물고 16년만에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 유승민(22ㆍ삼성생명ㆍ세계 3위)은 23일 갈라치올림픽홀에서 열린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세계 4위)를 4-2(11-3,9-11,11-9,11-9,11-13,11-9)로 꺾고 한국에 6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이 올림픽 탁구에서 우승한 것은 8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와 현정화-양영자조가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에서 각각 정상에 오른 이후 16년 만이다.

유승민은 지난 9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때 왕하오를 3-1로 이긴 이후 올해 코리아오픈을 포함해 모두 6차례의 성인대회에서 그에게 잇따라 고배를 마셔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다.

특히 왕하오는 라켓 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면타법' 기량이 거의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 유승민으로선 맞서기 힘든 상대.

대회 직전 삭발로 결전 의지를 다져온 유승민은 2주일 전 다쳤던 허리통증이 남아 있는데도 특유의 파워넘치는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시종 밀어붙인 끝에 감동적인 승리를 낚았다.

1세트에서 선취점을 뽑아낸 유승민은 쇼트에 이은 백핸드 푸싱으로 왕하오의 공격을 차단하며 8-3으로 리드해 나갔고,왕하오의 잦은 범실로 11-3의 큰 점수차로 이겨 기선을 잡았다.

2세트에선 왕하오의 구석을 찌르는 백핸드 스매싱에 고전한 끝에 세트스코어 1-1을 허용했다.

하지만 유승민은 3세트 9-9에서 왕하오의 잇딴 리시브 범실을 끌어내면서 승리했고 여세를 몰아 4세트까지 따냈다.

기세가 오른 유승민은 5세트에서 특유의 파워드라이브를 앞세워 시종 리드를 했으나 막판 2차례 듀스를 허용한 끝에 11-13으로 아깝게 졌다.

유승민은 6세트에서도 8-4까지 앞서 가다가 9-9 동점을 허용하며 다시 다 잡은 세트를 놓치는 듯 했다.

그러나 자신감있는 리시브로 왕하오의 범실을 유도하면서 막판 1점차로 앞선 뒤 서브 공격에 이은 3구째를 강한 드라이브로 공략,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