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계속되며 유통가에 상식을 깨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첨단신제품에 밀려난 사양(斜陽)모델이 다시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저가.저성능의 구모델이 신모델을 제치고 인기를 끌고 있다.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에서는 디지털TV등에 밀려난 브라운관 TV(아날로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1인치와 25인치 등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중·소형 모델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LG이숍(www.LGeshop.com)은 21,25인치 등 29인치 미만 중·소형 TV가 지난 7월 이후 월 3백대(36%) 팔려나가 지난해 12월의 판매 비중(13%)보다 3배 정도 늘어났다.

브라운관의 경우 월평균 1천대 정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는데 최근 들어 소형 판매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도 29인치 이하 브라운관 TV 판매비중이 종전 월 1천3백여대에서 7월 이후 월 1천8백대 이상으로 늘고 있다.

21,25인치 브라운관 TV는 20만원대로 저렴해 저소득층은 물론 입시생을 둔 가정에서 수능방송 수신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은 고성능 신상품을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도 바꿔놓고 있다.

LCD모니터는 17인치 이상 구매가 현저히 둔화되는 추세다.

LG홈쇼핑의 집계 결과 LCD모니터는 지난해 말만 해도 19인치와 17인치의 판매비율이 6 대 4였으나 지난 7월 17인치가 65%(3백대), 19인치가 35%로 역전됐다.

CJ홈쇼핑도 지난 2·4분기 중 17인치 판매비중이 88%로 높아졌다.

홈쇼핑 구매담당자(MD)들은 "지금쯤이면 17인치가 자취를 감추고 19인치가 시장을 주도해야 정상"이라며 "불황으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극심해지면서 첨단 상품의 소비 트렌드마저 뒤집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럼형 세탁기의 인기에 눌려 판매가 주춤했던 일반형(수조형) 세탁기도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조형 세탁기 가격은 드럼형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LG홈쇼핑의 경우 수조형 판매비중이 지난해 말 61%에서 최근 68%로 높아졌다.

옥션에서도 일반형 세탁기 판매물량이 월 8백대에서 7월 이후 1천여대로 늘고 있다.

노트북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셀러론 CPU를 탑재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1백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을 낮춘 제품들이 대거 시판되고 있다.

LG홈쇼핑 신진호 과장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제품 소비 트렌드마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