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투자업체 H사 사무실.

약 30명의 직원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두 파로 갈린다.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는 '외출파'와 사무실에 남아 10위안(약 1천5백원)짜리 도시락을 시켜 먹는 '잔류파'다.

'외출파'는 모두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이다.

이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몰려 나가 식사를 한다.

이들이 빠져 나간 뒤 현지 중국 직원들은 삼삼오오 회의실에 모여 배달된 도시락을 펼친다.

중국인 직원은 "한국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나가 식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한국인이잖아요. 관심 없어요'라는 분위기다.

한국 직원과 중국 직원은 이렇게 갈려 있다.

한국 기업들의 토착화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같은 경향은 한경-KOTRA 공동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지 직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약한 면을 보인다.

전체 응답 기업의 53.1%가 관리직(공장관리 포함, 부장급 이상)의 현지인 채용 비율이 20% 이하였다.

이러한 기업을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60%, 중소기업 51.5%로 중소기업의 현지인 채용 비율이 다소 높았다.

관리직의 현지인 비율이 낮다는 것은 곧 중국 직원의 승진 욕구를 억누르는 요소가 된다.

현지인들은 '한국인 상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수족에 불과할 뿐'이라는 패배감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의 현지 관리직중 가장 높은 직위를 묻는 질문에 전체 조사대상의 43.8%가 '과장급'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현지 직원이 '총경리(사장급)'에 오른 기업은 8.8%에 그쳤다.

이는 중국 진출 기업의 현지 인력 활용도가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지 직원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교육이다.

교육 투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관리직 직원의 한국 방문 교육 횟수'를 묻는 질문에 응답 업체의 60%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1년에 1회'는 23.3%, '1년에 2∼3회'는 15.8%의 비율을 보였다.

'수시로 방문한다'는 대답은 5.0%에 그쳤다.

LG전자 베이징본부 최만복 부사장은 "단순히 월급으로 현지 직원을 잡아두는 시대는 지났다"며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인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