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조사담당 부총재인 이 박사는 이날 뉴욕의 한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경기를 부추기는 방안은 재정정책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주목적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잠복한 상태에서 금리인하는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자신이 한국통화정책의 책임자라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유가가 오르던 지난 70년대초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도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부진속에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만 초래했다"며 "당시의 금리인하 정책은 잘못됐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의 미국 경제상황과 지금의 한국경제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체결과 관련, "나라간에 상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교환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이코노미스트로서 FTA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FTA로 혜택을 받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있게 마련"이라며 "한국에선 농업분야가,미국에서 철강산업분야 등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정치적 판단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박사는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미국경제 낙관론에 대해 자신은 그렇게까지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안에서도 낙관론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는 FRB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연 1.25%다.
재미동포 2세인 이 박사는 1983년 MIT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정부지출,실질환율 및 무역계정에 대한 연구'다.
텍사스 라이스 대학 조교수를 거쳐 1996년 8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 및 조사담당관으로 일했다.
2004년 1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으로 옮겨 조사국의 거시경제 부문장 겸 부총재를 맡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태생.댈라스 연방준비은행의 구자형 박사와 함께 미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는 몇 안되는 한국계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