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유종호씨(69)가 첫 시집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와 산문집 '나의 해방 전후'를 동시에 내놨다.

어느새 칠순을 바라보는 유씨의 시에는 우리의 자연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배어 있다.

작품의 소재도 반딧불이,둥굴레차,풀섶,고추잠자리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갈수록 비인간화되어 가는 요즘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득하다.

'온 천하 반딧불이 다 모여서/보름 장이 선다 한들/은하수가 쏟아진들/세계의 어둠을 어이 하리야/인간의 그믐을 어이 하리야'('반딧불이' 전문)

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버린 세월을 돌이켜보는 그의 마음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둥굴레차'에서는 '시월 내 삶의 툇마루에/비낀 햇살 여리고/큰 한잔 둥굴레차/비우는 사이/이 가을이 다 가네/한 세상이 저무네'라고 토로하면서 별로 한 일 없이 어느새 나이만 먹어버린 자신을 문득 발견한다.

'두류산 반야 오르지 못하고/고향 월악도 겨우 한 번 뿐이었는데/눈부신 사람도 저리 많은데/사랑하지 못하고/내 따스하지 못했는데/어떡허나 속절없이 예순이라 한다'('불멸의 한 줄은커녕' 중)에서도 덧없이 흘러간 세월에 대한 허무가 느껴진다.

산문집은 저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1941년 무렵과 해방을 맞았던 45년 전후,그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49년까지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도시락 도둑질이 끊이지 않고 영양 부족으로 누구나 부스럼을 앓아 '조고약'과 '이명래고약'을 붙이고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유씨는 "과거에 대한 이해 없이 적정한 현재의 이해는 불가능하다"며 "근접한 과거의 온전한 사회사 정립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