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해온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이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와 민간 독립기구인 금융감독원 등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행 체계의 큰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대신 금융감독 관련 정책과 업무를 조정하는 선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윤성식)는 13일 감사원의 '카드대란'특감 결과 등을 감안,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혁신위는 우선 재정경제부→금감위→금감원으로 이어지는 감독체계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재경부가 관장하고 있는 금융감독 정책업무를 금감위에 상당폭 이양토록 했다.

특히 과거 금감위의 감독규정으로 운용되다가 재경부 소관의 법과 시행령으로 격상된 각종 규정을 원위치시키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금감원이 행사해 온 권한 중 공권력적 행정에 해당하는 사안은 금감위에 넘기도록 조치키로 했다.

금감원은 조사와 검사 등에 집중함으로써 감사원 등이 지적한 '월권적 행위'를 방지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기구의 '하드웨어'를 손대기보다는 업무범위와 권한 등 기능 위주의 '소프트 웨어'를 조정하는 데 주안점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혁신위가 이처럼 기능조정에만 나선 것은 두 기구의 통합이 바람직하긴 하지만,통합 방향을 놓고 해당 기관 사이의 의견차가 극심해 당장 이를 조율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와 금감원쪽은 금융감독 조직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모두 찬성하면서도 통합 조직을 공무원 조직으로 하느냐,공적 민간기구로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감사원 금감위 재경부 등 행정기관에서는 공권력적 행사는 반드시 공무원 조직이 해야 하므로 통합조직을 공무원기구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금감원 학계 시민단체 등에선 한국은행과 같은 공적 민간기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감원 노조는 통합기구가 공무원 조직으로 강행될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대응을 천명했고,그 과정에서 이정재 전임 금감위원장이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놓고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한편 정부혁신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이날 오후 3시에 발표한다고 예고했지만 금감위의 강력한 항의로 발표시간을 오후 6시로 늦추는 등 진통을 겪었다.

금감위쪽에서 "윤증현 신임 금감위원장이 감독기구 개편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는데 정부혁신위가 갑자기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며 강력 반발한 것.

윤 위원장은 금감위와 금감원의 실무자 중심으로 통합을 위한 협의체까지 구성했으나 느닷없이 정부혁신위가 발표하는 바람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 금감위 분위기다.

허원순·박준동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