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7월 이후 한달 넘게 선물시장에서 방향성 없는 대규모 매수와 매도를 되풀이해 투자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매매는 지수 움직임과 '엇박자'를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매매손실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불과 몇달전만 해도 외국인의 선물매매 포지션이 향후 장세를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였지만 지금은 증시와의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 만큼 당분간 이들의 선물매매 패턴에 큰 신뢰를 두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달 넘는 '헛발질' 매매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의 외국인 선물매매 패턴이 대표적 예이다.


5일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9천3백72계약을 순매수했다.


지난 2일 7천3백43계약을 순매도한 것을 포함,4일까지 3일간 총 1만4천계약 가량 누적 매도포지션을 쌓아뒀던 상태에서 갑자기 매수로 돌아선 것.5일 선물가격이 20일이동평균선을 돌파하는 강세를 나타내자 외국인은 오후장에만 6천계약을 순매수했다.


기존 매도포지션에 대한 손절매성 매수세와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둔 신규 매수세가 가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6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며 종합주가지수가 하락 출발하자 이들은 대규모 매도포지션으로 돌아섰다.


순매도 계약수는 장중 6천계약을 넘어섰으며 3천계약 순매도로 장을 마쳤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7월초 이후 외국인의 선물매매는 당일에는 지수 등락 방향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날 지수 움직임이 이와 정반대로 가면서 외국인이 손절매성 반대매매를 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증권은 외국인이 이런 선물매매를 반복하면서 7월초 이후 한달간 약 3백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스권 붕괴를 노린 시스템 매매


외국인이 한달 넘게 이런 선물매매 패턴을 보이는데 대해 전문가들조차 매우 의아해하고 있다.


"선물시장 개장 이래 외국인이 이처럼 무모한 거래를 장기간 한 적은 처음"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요즘 증시에서 가장 좋은 매매 방법은 전날 외국인 선물매매와 정반대로 하는 것"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계 사정에 밝은 한 투신사 팀장은 "외국인이 지수 720∼750선에서 한달 넘게 갖혀있는 박스권이 곧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고 선물시장에서 시스템 매매를 해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스권 돌파 후 증시가 가파른 방향성을 띨 것에 대비해 매매규모를 확대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상 하락신호가 나오는 날에는 대규모 매도를 하고,상승 신호가 나오는 날에는 대규모 선물 매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해외에서 장외파생상품 등을 통해 헤지를 하고 있어 설사 박스권이 계속돼도 이들의 국내 선물시장에서의 매매손실은 보기보다 적을 것"이라며 "박스권이 깨질 때까지 외국인의 이런 방향성 없는 선물 매매는 계속될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