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ㆍ적금 금리가 속락하면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이 정기예ㆍ적금에서 빠져나와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금융상품에 몰리는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1년만기 정기예금의 우대금리를 연 4.0%에서 3.8%로, 고시금리를 3.8%에서 3.6%로 각각 0.2%포인트 인하해 오는 9일부터 적용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1년만기 정기적금 금리도 연 4.0%에서 3.8%로 내린다.

주택청약부금의 경우 3년만기는 연 4.8%에서 4.3%로, 5년만기는 5.0%에서 4.5%로 각각 0.5%포인트 인하된다.

올들어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던 신한은행이 수신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국민 우리 하나 조흥 등 대부분 은행의 정기예금금리(1년기준)는 연 3%대로 낮아졌다.

고시금리의 경우 국민은행이 연 3.4%로 가장 낮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3.7%에 불과하다.

고객의 기여도에 따라 지점장들이 금리를 얹어주는 우대금리도 한미은행과 기업은행이 연 4.0%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5개 시중은행은 연 3.8∼3.9%에 그치고 있다.

1년만기 정기적금(고시금리 기준) 역시 우리은행(연 4.0%)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이 연 3%대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청약부금(3년)은 연 3.9∼4.5% 수준이다.

이처럼 정기예ㆍ적금의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가운데 물가는 급등, 세금까지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대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단기상품에만 돈이 몰리는 시중자금의 부동화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 7월의 경우 투신사의 대표적 단기상품인 MMF에는 2조1천2백89억원의 돈이 몰렸다.

반면 정기예ㆍ적금을 포함한 은행 저축성예금은 7월1일부터 29일까지 2조1천7백12억원 빠져 대조를 보였다.

요구불예금을 합칠 경우 은행 실세총예금은 같은 기간 3조8천59억원이나 이탈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향세를 보이는데다 경기침체로 대출을 늘리는 것도 마땅치 않아 수신금리를 더 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부동산 및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은행 금리도 하락세이다 보니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