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분배중심의 포퓰리즘 정책에 빠질 경우 '정책 불안형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세계 경제 불황의 유형과 한국 경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면에서는 일본과 남미의 불황기보다 양호하지만, 정부정책 대응 여하에 따라 경기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는 현재 불황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등의 기초 경제여건만 놓고 본다면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장기불황 초기에 성장률이 줄곧 3%를 밑돌았으며, 아르헨티나도 1980년대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 6.9%까지 곤두박질쳤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제조업 경쟁력도 아르헨티나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또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도 적고 금융권의 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해 일본형 불황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장기불황의 근본 원인이 정부의 반(反)시장 개혁정책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한국에서도 반시장주의 정책 노선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정책 혼선→기업투자심리 위축→내수부진 고착화→부동산 경기 하락→투자부진 심화'로 이어지는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