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의 외국주식 보유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4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저널은 미 재무부 집계를 인용해 미국 투자자들의 외국주식 순매수가 지난해 720억달러에 달했다면서 이것이 지난 93년의 기록인 630억달러에서 크게 뛴 것이라고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5월까지만도 외국주식 순매수가 367억달러에 달했으며이 추세로 가면 연말까지 90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이처럼 외국주식 보유가 급증하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2년여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향후 역동력에서 유럽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스턴 소재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국제투자 책임자 크리스토퍼 스마트는저널에 "투자자들에게 주식의 경우 (기력이 쇠진해진) 미국에 비해 유럽과 일본이향후 잠재력이 크다고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만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의 외국주식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뉴욕시장의 주식예탁증서(ADR)에 대한 관심 등과 관련해 뮤추얼펀드투자 추세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AMG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말까지해외증권펀드에 순입된 자금이 310억달러가 넘는다.

AMG의 로버트 애들러 사장은 저널에 "이 추세로 가면 지난 94년의 기록인 340억달러의 두배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쪽에 관심이 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44억달러가 새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이 규모는 지난 99년의 전체 순입 자금과 거의 맛먹는 수준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해외주식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 급증은 미 경제 회복세가 주춤하는 것으로 일각에서 분석되는 것과 때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금이 빠진다는 것은 미국의 고질적인 재정적자를 메우는데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해외투자의 근 절반은 일본 주식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된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일본의 경제 회복세가 완연하다는데 대한 기대감이 주요 원인임이 물론이다.

여기에 수익성이 높은 기업과 경제의 잠재력이 돋보이는 국가들도 갈수록 미국 바깥에서 더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내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리퍼사 분석에 따르면 미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뮤추얼펀드는 모두 합쳐 약 3조달러에 달한다.

미국 투자자들이 외국주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외국채권은 갈수록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저널은 분석했다.
올들어 첫 5개월간 외국채권 순매도는 17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채권보다는 주식을 선호하는 일반적인 추세와 함께많은 외국채권이 달러 표시인 점이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달러약세로 예전에 비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채권은 수익률이 형편없으며 신흥시장의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 약점인 것으로 설명됐다.

사실 주식도 워낙 시장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지난 몇년 사이 외국주식에 다양하게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의 매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주식에 대한 관심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중국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고성장이 피크를 이뤘을 당시 미국 투자자들이 매입한 외국주식의 37%가 중국물이었다.
금액으로는 기록적인 265억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올들어 중국이 경기과열을 우려해 성장을 인위적으로 둔화시키려는움직임을 보이자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유럽주식 비율이 39%에 달하고 일본주식의 경우 점유율이 46%로 증가했다.
반면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의 경우 된서리를 맞은 케이스다.

유럽과 일본시장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은 주가수익률로도 뒷받침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월가 분석에 따르면 유럽 주식은 시세가 평균 15% 저평가돼있으며 일본의 경우 저평가폭이 약 25%에 달한다는 것이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소재 클라케 란젠 스칼라사의 스콧 쿠비에 사장은 저널에유럽과 일본주식이 그만큼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있다는 얘기라면서 자사의 경우통상적으로 외국주식 보유 비율이 1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0%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신흥시장과 일본주식 쪽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뉴욕 소재 오펜하이머 펀드의 국제 포트폴리오 매니저 도미닉 프레드도 저널에미국 유망기업들이 올해는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내년에는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 수익성이 기대되는 곳은 바로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